아마 휴게소에서였을 것이다. 조금 먼 곳에서 새벽부터 불려가 촬영 보조를 했다. 아는 사이면 더 굴려먹는다는게 한톨도 틀린 말이 아니라 자고 일어났을 땐 온몸의 근육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좀 나았다. 장소가 지방이었던 터라 운전을 하러 내려갈 때에도 형과 교대를 했고 올라오는 길에도 똑같이 했다. 둘 다 각자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올라오다가 중간에 방을 잡아 자고 올라올 수 있을만큼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중간에 차를 대놓고 쪽잠을 자고 일어나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의 연속이었다. 나는 내가 계속 해도 된다고 했지만 형은 굳이 교대를 하자고 했다. 그 제안에 형의 미숙한 운전실력에 대한 불안함이 깔려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곤함이 이겼다. 졸다가 죽으나 불안해하다 죽으나 그게 ..
1. 배탈 "형 서울가요?" "어? 응" 정국이 새롭게 오뎅을 꺼내며 지민에게 물었다. 지민은 정국의 옆에서 패딩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정국이 먹는걸 보고 있었다. 한참 잘 먹다가 뜬금없이 물어오는 정국에 지민이 한박자 느리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정국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것 처럼 미적지근하게 대답에 반응했다. 손에 쥐고있는 오뎅을 간장에 툭툭 찍어 입에 넣는다. 이미 양 볼 가득 차 있음에도 또 한 입을 문다. 이미 정국의 옆엔 꼬치가 여럿 쌓여있었다. 그에 반해 지민은 두어개가 다였다. "형 나 국물 좀" "엉" 정국의 말에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국자를 집어들었다. 종이컵을 집어드는 손이 퍽 작아서 정국은 피식 웃었다. 데일까 무서워 조심조심 컵에 국물을 뜨는게 귀엽기도 하고. 자, 하며 저에..
정국은 지민과 나란히 섰다. 버스의 기둥을 잡고 익숙하게 하차벨을 누른다. 손에 가득 물건을 들고있느라 손잡이를 잡지못하고 발로만 버티던 정국이 버스의 급정거에 휘청였다. 지민이 넘어지려는 것을 겨우 잡았다. 멋쩍게 정국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안이러는데. 지민에게 잡힌 허리에 정국의 시선이 꽂혔다. 제 옆구리에 붙어있는 손을 빤히 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정면을 본다. 익숙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버스가 멈추고 지민이 먼저 내렸다. 정국은 지민의 뒤를 따라 내렸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번은 같이 걷는 길이다. 24시간 불이 켜져있는 밥집을 지나 편의점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로등이 오십걸음 간격으로 세워져있는, 그런 길. 아직도 등불의 색은 주황빛이고 아파트가 없는 동네라 빌라의 작은 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