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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지정

Kyefii 2016. 9. 25. 01:34

 정국이 자리가 불편한지 몸을 비틀었다.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조용히 자르던 지민이 눈을 들어 그런 정국을 바라보았다. 불편하니? 그 말에 못마땅한 얼굴로 옷 매무새를 만지던 정국이 얼굴을 들고 지민과 눈을 마주쳤다. 아뇨 그건 아니고. 다시 나이프를 집어드는 정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제 접시의 고기를 자르며 지민이 몰래 미소 지었다.

"불편한게 아니면 왜 음식이 줄지를 않아, 요즘 마른 것 같아서 데려왔는데"
"먹고 있어요"

 재빠르게 대답이 쫓아오고 그릇 위로 포크와 나이프가 머리위의 조명을 쪼개며 테이블 위로 어질러졌다. 하지만 자르는 보람도 없이 단 한조각의 스테이크도 정국의 입으로는 들어가질 않았다. 결국 쥐고있던 것을 내려놓은 정국이 빈 입을 열었다. 오늘 저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뭐예요, 그냥 단순히 밥 먹자고 부르신 건 아닐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냥 너랑 밥 먹으려고 만나자고 한거야"
"…"
"진짜야"

 지민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정국과 눈을 마주친 상태로 조각 하나를 찍어 입에 넣으면서 눈웃음을 지었다. 배려하는 척 하면서 결국 모두 제 마음대로 하는 사람. 정국이 작게 한숨을 쉬고 그제서야 스테이크 한조각을 입에 밀어 넣었다. 빌어먹게도 고급이었다.


 그럼 밥 먹은 다음엔 뭐하실건데요? 옆에 놓인 와인까지 한 모금 마신 정국이 이제야 자리가 익숙해진듯 자세를 편히 했다.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 다리까지 꼬고 평소와 같이 선을 긋는 단호한 눈빛, 그러나 적대심은 내린 채로 지민을 응시했다. 글쎄. 언제나 들어도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고 조금 망설이는듯 정국이 아닌 애매한 허공을 쳐다보다가 다시 눈을 마주한다.
 처음엔 적응이 안됐지만 그게 버릇이라며 꼭 대화를 할 땐 서로의 눈을 쳐다보아야했다. 물론 정국은 늘 저를 바라보는 눈이 아닌 지민의 코나 입을 보곤 했지만. 그래서 이번에도 자신에게 대답하는 지민의 눈이 아닌 말하는 입에 시선을 고정했으나 그건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뭘 하는게 좋을까"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떡해요"
"잘까"
"네?"

 정국이 다시 와인잔으로 손을 뻗으려다 그대로 멈춰버린 채로 지민을 바라보았다. 저런 대답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뻔뻔한 얼굴이 무척이나 궁금했기때문이다. 돌아온 대답은 빈말로 받아 치기라면 도가 튼 정국의 예상 밖이었다.

"호텔 잡아놨어"
"…"
"이러려고 부른거야 사실"
"…"
"너랑 자려고"

 그럼 그렇지, 배려하는 척 하면서 결국 모두 제 마음대로 하는 사람. 저를 부른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찌되었든 정국은 오늘 지민과 잘 운명이었다. 운명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게 될 것이다. 정국이 저도 모르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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