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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tch /Case 1

짐슈

Kyefii 2016. 11. 16. 16:49

 윤기는 시큰거리는 제 발목을 보며 예전에 교통사고로 잠깐 다리에 깁스를 하고 살아야 했던 때를 떠올렸다. 움직이는 것도 불편했고 병원밥은 먹을만 했지만 모든게 따분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를 잠깐 이동하더라도 지민의 부축이 필요했고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불편해 속으로 짜증만 쌓여갔다. 물론 그 방향은 자기 자신이었다.

 지금 윤기는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눈앞의 지민은 가끔, 정말 가끔 일을 저지르고 제발이 저릴 때마다 짓는 표정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의 눈은 괜히 창가를 보고 맨날 짧다고 놀려대던 손가락은 아랫 입술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술은 불쌍하게도 지민의 앞니에 계속 씹혀진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끝날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혼란스러운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마디다. 윤기는 그냥 제 앞에 놓인 잔 속의 새카만 커피를 쳐다볼 뿐이었다. 저 걔가 좋더라고요, 귀엽고…. 지민의 말이 뭐 마음에 비수처럼 꽂힌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었다. 자기방어가 세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윤기는 자신이 그의 말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음을 깨달으며 속으로 작게 놀랐다. 귓등으로 스쳐지나가는 말들이 멎었을 때 윤기가 그제야 고개를 든다. 지민이 갑작스럽게 저를 쳐다보는 윤기와 눈이 마주치자 적잖게 놀라며 물었다. …형 울어요? 윤기는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하는 것에 쓸 힘도 없었고 이미 본 상태에서 울지 않는다고 거짓말 하는 것도 이상하다. 참는다고 참아질 눈물도 아니었다.

"우는 사람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지민을 바라보던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멈춰있던 시선이 움직이는게 의아했는지 지민이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운없이 말을 이었다. 헤어져야할 것 같아요. 우리 이제 헤어져요. 지민의 말이 끝나고 윤기는 한참을 대꾸하지 않다 입을 열었다.

"그래"
"…"
"그렇게 해"

 부정한다고 해서 바뀔 것 없는 결론이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돌아선 마음을 돌릴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윤기는 그냥 차라리 빨리 수긍해버리기로했다. 그 편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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