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유난이라고 느낄 때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나가면서 보는 물건이나 피부에 닿아오는 바람 온도 모든 것들을 연결지으며 속으로 얼굴을 그리면 얼굴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번졌다. 좋아하는 마음이 주체가 안되네, 가방끈을 괜히 다시 조절하고 지하철에 올라타 문에 얼굴이 비칠 때 까지 지민은 내내 정국의 생각을 했다. 새카만 통로를 지나가는 동안 창에 비친 웃는 얼굴이 못생겨 민망함을 느꼈을 때 그때서야 겨우 생각하기를 멈췄다. 듣고있는 수업은 매일이 같았다. 평소처럼 출력한 수업자료에 몇마디 설명을 메모하고 스크린에 띄워진 자료들을 보며 착실히 수업을 듣던 중 갑자기 교수의 말 한마디가 귀로 날아와 박힌다. 시간 지나면 모두 촌스러워 지금은 재밌고 세련되어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또 유치해보인다고… 그냥 흔하게..
지민은 바에 앉아 글라스의 테두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듣기 싫은 소음이 났다. 여자는 지민의 행동이 거슬리는듯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머리아파요, 그만해요. 그러자 지민이 전혀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 너무 지루해서요. 그 말에 여자가 지민을 향해 몸을 틀고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남은 한 손으로는 턱을 괸 채, 여자는 미인이었으므로 슬쩍 미소지으며 말을 걸면 이 귀여운 동양인 남자가 분명 자신에게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보는 얼굴이네요" "처음 왔으니까요" "혼자 온거에요?" "성격이 안좋아서요" 지민에게 여자의 호감을 사는건 어렵지 않았다. 워낙 지민과 웃고 말 몇마디를 나누면 누구든지 더 대화를 하고싶어 안달이었기에, 애인을 수십명씩 갈아치우는 사람도 예외..
가기 전 까지 몇번이고 당부를 했더랬다. 형은 너 평소에도 잘 하는거 알지만 그래도 귀찮다고 막 쇼파에서 자지 말고, 밥은 시켜먹을거면 꼭 밥으로 먹고. 나가기 바로 전 까지 현관 문 앞에서 캐리어를 손에 쥔 채로 잔소리를 하기에 대충 알았어요, 걱정도 많네. 하며 시원하게 대답은 했지만 사뭇 걱정된다는 얼굴로 지민이 나간 다음 정국은 바로 쇼파에 드러누워 지민 생각을 했다. 걱정은 정국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의미가 좀 다르지만 어쨌든 상대를 생각한다는 점에 있어선 같다. 정국도 나름대로 지민이 걱정되었다. 남이 듣는다면 우스울지 모르겠으나 출장 가서도 내내 저런 생각만 하면 어떡하지, 라는 오버스럽지만 충분히 가능한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뜬 생각을 하다 배가 우는 소리를 내기에 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