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다섯번 째 만나는 날에 네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기억이 조금 연하다면 몇번 더 만나보면 될텐데요 진해질 때까지 사실 우리 그렇게 오래 만난 것도 아니예요 마주쳤을 때 인사 받아주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는 정도긴 하지만" 우리는 까탈스러운 길을 걷고 있었다 길이 까탈스러운 것인지 날씨가 그랬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분명 그 날은 좀 고된 날이었다. 언덕길이었고 햇볕은 살이 따가울 만큼 강렬했다. 왜 하필 그렇게 가기 힘든 곳을 가자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여튼 가면 좋겠지라는 생각에 넣은 코스였고 그 순간엔 계절을 따지지 못한 제 머리를 각자 쥐어박는 중이었다.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었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다. 서로 좋다고 정했던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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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11.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