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 이해해? 학년도 다르고 입는 체육복의 색도, 가슴팍에 달고다니던 명찰의 색도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서로를 알아봐서는, 스쳐 지나갈 때 한번 더 돌아보게되는, 안그러면 평생 뿌옇게 노란 살색의 덩어리로만 기억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빠뜨리는 사람. 나에게 정국은 그런 존재였다. 어딜가든 이상하게 나의 시야 속에 늘 걸리는, 한번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걸 알았지만 내 눈 속에 콕 찍힌 점인줄 알았다. 아무리 피하고 눈을 비벼도 사라지지 않은 채 거기에 있었기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그 형체에 결국 나는 그렇게 정국의 존재를 인식하고, 내 속에서 그 애의 크기를 인정하고, 실감한 후에는 그 애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건 오로지 정국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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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2.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