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은 바에 앉아 글라스의 테두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듣기 싫은 소음이 났다. 여자는 지민의 행동이 거슬리는듯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머리아파요, 그만해요. 그러자 지민이 전혀 미안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 너무 지루해서요. 그 말에 여자가 지민을 향해 몸을 틀고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남은 한 손으로는 턱을 괸 채, 여자는 미인이었으므로 슬쩍 미소지으며 말을 걸면 이 귀여운 동양인 남자가 분명 자신에게 넘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처음보는 얼굴이네요" "처음 왔으니까요" "혼자 온거에요?" "성격이 안좋아서요" 지민에게 여자의 호감을 사는건 어렵지 않았다. 워낙 지민과 웃고 말 몇마디를 나누면 누구든지 더 대화를 하고싶어 안달이었기에, 애인을 수십명씩 갈아치우는 사람도 예외..
가기 전 까지 몇번이고 당부를 했더랬다. 형은 너 평소에도 잘 하는거 알지만 그래도 귀찮다고 막 쇼파에서 자지 말고, 밥은 시켜먹을거면 꼭 밥으로 먹고. 나가기 바로 전 까지 현관 문 앞에서 캐리어를 손에 쥔 채로 잔소리를 하기에 대충 알았어요, 걱정도 많네. 하며 시원하게 대답은 했지만 사뭇 걱정된다는 얼굴로 지민이 나간 다음 정국은 바로 쇼파에 드러누워 지민 생각을 했다. 걱정은 정국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의미가 좀 다르지만 어쨌든 상대를 생각한다는 점에 있어선 같다. 정국도 나름대로 지민이 걱정되었다. 남이 듣는다면 우스울지 모르겠으나 출장 가서도 내내 저런 생각만 하면 어떡하지, 라는 오버스럽지만 충분히 가능한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뜬 생각을 하다 배가 우는 소리를 내기에 일단..
정국이 자리가 불편한지 몸을 비틀었다.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조용히 자르던 지민이 눈을 들어 그런 정국을 바라보았다. 불편하니? 그 말에 못마땅한 얼굴로 옷 매무새를 만지던 정국이 얼굴을 들고 지민과 눈을 마주쳤다. 아뇨 그건 아니고. 다시 나이프를 집어드는 정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제 접시의 고기를 자르며 지민이 몰래 미소 지었다. "불편한게 아니면 왜 음식이 줄지를 않아, 요즘 마른 것 같아서 데려왔는데" "먹고 있어요" 재빠르게 대답이 쫓아오고 그릇 위로 포크와 나이프가 머리위의 조명을 쪼개며 테이블 위로 어질러졌다. 하지만 자르는 보람도 없이 단 한조각의 스테이크도 정국의 입으로는 들어가질 않았다. 결국 쥐고있던 것을 내려놓은 정국이 빈 입을 열었다. 오늘 저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