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정국은 지민이 사준 캔커피를 잡고 손끝으로 괜히 미지근해진 캔의 외벽을 긁었다. 정적을 견딜 수 없어 발에 채일 것도 없는 깨끗한 아스팔트 바닥을 신발코로 쓸었다. 지민은 그런 정국의 행동을 지켜보다 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마저 소리나도록 들이켰다. 머리 위의 가로등은 교체하지 않아 아직도 노란 카드뮴 조명이었다. 지민은 가만히, 그러나 부산스럽게 다른 짓을 찾느라 노력하는 정국의 머리를 쳐다본다. 원래도 그렇게 까맣지 않던 머리카락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기운없이 축 가라앉은 그 앞머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정국아 나는 … 한참만에 들린 지민의 목소리에 정국이 고개를 든다. 쥐고 있는 캔커피는 아직 반이나 남은 채로 손 안에서 찰랑거렸다. 제 앞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입술을 쳐다보며 한글자 한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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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