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On

지정

Kyefii 2016. 10. 12. 11:13

 연애, 해봤어요?


 방 안에서 정국은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다 지민은 카메라 너머의 불편해보이는 의자에 그마저도 불편한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를 바라본다 정국은 카메라를 쳐다봐야하는지 지민을 쳐다봐야하는지 망설이다 카메라를 택했다 저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내린 선택이었다

"해봤죠"
"얼마나?"
"그냥 뭐…"

 어려보이는데, 한 서너번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묻는 지민에 정국이 속으로 얼굴을 떠올린다 손까지 꼽아가며 세어보는데 다섯번째 새끼손가락은 구부릴 수 없었다. 네번 맞네. 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왜하시는거에요?"
"캐릭터 쓸 때 좋을까봐요"
"미리 정해놓으신 것 아니었어요?"
"완전 백지에요"

 시나리오도 없어요 사실. 그냥 등장인물이 다 죽는다라는 결론만 있지. 지민의 말에 정국이 조용히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이라도 나갈까. 하지만 졸업 이후 마땅한 필름하나 참여하지 못했던 탓에 텅 빈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걸린다. 들어올 때 지민이 건네준 연습용 대본이 땀에 젖어 조금 축축해졌다. 손바닥에 펄프의 잔해들이 돌아다니는게 불쾌해 바지에 손을 문지르는데 지민이 말을 걸었다.

"참여 하실거죠?"
"글쎄요, 일정이 너무 모호해서…"

 페이는 바라지도 않지만 제대로 된 촬영환경은 마련해두었는지, 아니 일단 제가 뜯어볼 캐릭터조차 잡히지 않았다는게 정국을 계속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비싼 도심의 고층 건물에 사무실을 내고 배우를 모으는걸 보면, 그리고 이 오디션을 소개시켜준 태형이 평소엔 좀 못미덥긴 해도 허튼 일을 물어다 줄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사실 지금은 그렇게 믿고싶은 상태였다- 정국은 고민끝에 대답했다. 할게요.

"그런데 뭣도 없는데 저는 그동안 뭘 하면 되는거에요?"
"어… 그러니까 뭘 하냐면…"

 매일같이 여기로 나와요. 여기요? 네. 이 사무실로. 황당한 지민의 대답에 정국이 되물었다. 일이 많아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였다. 일도 없는데 왜 부르는거지, 중얼거리는데 귀가 밝은 사람이었는지 지민이 정국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에 답을 달았다.

정국씨에 대해 좀 알고싶어서요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정  (0) 2016.10.17
지정  (0) 2016.10.14
지정  (0) 2016.10.11
지정  (0) 2016.10.10
지정  (0) 2016.10.08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