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의 관심이 끊긴건 일주일 전 부터였다. 평소에는 복도 저 끝에서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상태에서도 달려와서는 반갑다고 등을 때려대던게 엊그제같은데 요즘은 마주치기도 어렵고 마주쳐도 어색하게 웃는게 다였다. 징글징글했던 관심이 끊기다보니 생각보다 하루가 허전했다. 달라붙는 것을 귀찮다고 손을 내저으며 밀어내거나 장난쳐도 재미없다고 쪼는게 하루 중에 꼭 한번은 있었는데 사라지니 뭔가 자꾸 아쉬웠다. 몸에 밴 일과는 무서운 것이었다. 정국은 강의실을 나오며 건물의 끝을 쳐다봤다. 원래 이쯤 되면 내려올 때가 됐는데 계단에서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내심 아쉬워하는 자신이 이상해서 정국은 괜히 카톡을 켰다. 몇일 전 과제를 물어보느라 보냈던 메세지에 공지를 복붙해서 보내온게 마지막이었다. 깜빡이는 창에 ..
내가 박지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된건 우연이었다. 그때 그는 내 옆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자친구와 있었고 나는 카페의 창문 하나 없는 구석에서 형에게 훈계질을 당하고 있었다. 별로 듣고싶지도 않았기에 대충 몇번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것들에 집중하다 그 커플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는데 마냥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헤어지려는 것 같았다. 그의 여자친구는 아이스 커피에 꽂힌 빨대를 몇번 만지작대다가 잡아서는 잔을 휘휘 젓고 못참겠다는듯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감상이 담긴 설명이다- 말을 꺼냈다. 둘의 대화가 조금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귀에까지 들릴 수 있었던건 그날 따라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곡들이 잔잔했고 여자의 목소리가 보통 사람에 비해 조금 큰 편이기 때문이다. "지민아 넌..